요즘 연일 김민석의 이름과 사진이 신문지상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현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있는 상태지요. 김민석과 그가 속한 민주당은 체포에 불응하고 있습니다. 그러는 이유는 야당에 대한 정치탄압이라는 말인데요, 그다지 여론의 호응을 얻고 있지는 못합니다.
제가 봐도 명분은 아주 약합니다. 검찰에서 언론에 흘린 혐의사실을 보면 김민석이 그다지 떳떳한 입장이 못된다는 걸 알 수 있거든요. 이번 사건은 돈을 받은 것은 분명한데, 그 돈이 과연 사적인 돈 거래인지 정치자금인지 그 성격을 다투는 문제입니다. 검찰과 김민석의 입장이 아닌 제 3자의 입장으로는 그 돈의 성격을 밝히면 될 문제인데, 현재 검찰은 '집어넣어 놓고' 수사하겠다는 입장이고 김민석은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겠다는 입장입니다.
차라리 구속영장이 청구되기 전에 김민석이 제 발로 걸어나가 영장발부 실질심사를 받아서 재판부의 판단에 맡겼으면 이렇게 문제는 커지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김민석 본인은 법정에 나가겠다고 했는데 민주당 지도부가 만류하면서 농성을 시작하게 됐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검찰의 정치탄압에 대한 무슨 대단한 '투쟁'이라도 할 것처럼 큰 소리를 쳤는데요, 지금 돌아가는 양상은 일만 벌여놓고 수습을 못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지난 10년간 국정운영을 담당했던 세력으로서 야당이 된 오늘의 현실을 인정하기 싫은 건지, 아니면 처지를 자각하지 못하는 건지 알 수는 없습니다만, 분명한 것은 이제 한나라당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민주당으로서는 한국 정치에서 제 자리를 찾기가 참 모호해졌다는 것입니다.
정권을 내놓았으면 건설적인 대안과 정치력으로 정부를 견제하고 비판하면서 정부가 바로 가도록 야당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정부와 잘 싸워 국민을 시원하게 해주는 것도 아니고, 어정쩡한 입장과 태도로 매사 일을 그르치니 호사가들이 이제 민주당은 끝났다고 입방아를 찧어도 할 말이 없게 되었습니다. 다가오는 2010년, 2012년 선거를 지나면서 아무래도 한국 정치에 큰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 같습니다.
한국일보의 장명수 고문이 민주당에 대한 걱정을 잔뜩 늘어놓았군요.
민주당에 희망이 있을까
어제 편지를 한 장 받았습니다. 정확하게 말해서 제 앞으로 온 것은 아니고 제가 일하는 출판사 사장님 앞으로 온 것이지요. 하지만 사장 하나 편집장 하나 달랑 둘만 일하는 출판사니 제게 온 편지나 다름 없는 편지였습니다. 제 앞으로 온 것이라 봐도 무방한 내용의 편지였다는 겁니다.
정확히 말씀드리기는 그렇지만 어쨌든 편지는 지금 감옥에서 수형생활을 하고 있는 한 재소자로부터 온 것입니다. 그 분의 사연은 제가 일하는 출판사에서 낸 책을 읽어보았고 잘 읽었다, 더 많은 책을 읽고 싶은데 헌 책이라도 좋으니 책을 몇 권 보내주면 안되겠느냐는 내용이었습니다.
편지를 읽으면서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매우 기뻤습니다. 가슴이 먹먹했던 이유는 자유롭지 못한 그 곳에서 어떤 죄를 짓고 벌을 받고 있는 분인지는 모르겠지만 고생스러운 가운데서도 이렇게 책을 읽으려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였구요, 그런 상황에서도 책을 읽고 감동을 받아 더 많은 책을 읽고 싶어하는 모습이 제 마음을 흔든 것입니다. 가족이나 가까운 이 중에 책을 넣어 줄 사람이 없는 것 같아서 마음이 짠하기도 했습니다.
기뻤던 것은 제가 정성들여 만든 책을 그 분이 읽고서 뭔가를 얻었다는 것 때문이었죠. 거의 안 팔렸다고 봐도 무방한, 그런 세상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책을 어떻게 읽고 편지를 주었을까 생각하니 나름 감동적이기까지 했습니다. 바로 이런 체험이 책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보람이 아닐까 싶어요.
저는 그 재소자 분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제게 큰 깨달음을 주었으니까요. 그 분께 책을 몇 권 소포로 보내드릴 겁니다. 가급적이면 출소하기 전까지 형편되는대로 헌 책을 모아 보내드릴 생각인데요, 그 분 사정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첫 눈을 맞았는데요, 눈보다 더 멋진 선물을 받은 기분입니다. 지금껏 출판 일을 하면서 이렇듯 마음이 흐뭇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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